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자신의 스윙이 아닌 남의 스윙을 한다는 것일 게다.
한국에선 아마추어 골퍼들도 제법 연습을 하는 편이다. 약속이 잡혔을 땐 더 열심히 갈고 닦은 뒤 '이제는 잘 맞겠지'하는 생각으로 필드로 나선다.
그런데 연습장에선 잘 맞던 공이 필드만 나오면 제멋대로 날아다닌다. 뒤땅을 찍어 공이 몇 발짝도 나가지 않는가하면 짧게 보내야 할 때 머리를 쳐서 홈런을 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동료의 폼이나 시선을 의식하고 스윙을 한다. 자신의 스윙이 아니니 제대로 맞을 리 만무하다.
얼마 전 동료들과 시장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한 선배가 끼어들었다.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이제는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리스크가 커진다고? 제법 전문가 같이 얘기하고 있네"라고 무시했다.
그는 늘 스스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보다 더 자주 시장 전문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종합해 자기 것처럼 풀어놓곤 한다.
그러나 자신의 얘기는 거의 없다. 직접 분석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가운데는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고 그때그때 얘기를 듣고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조금 연구를 한다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전문가들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데서 벗어나질 못한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에서 실패하는 게 그런 까닭에서다.
골퍼가 자신만의 스윙을 해야 하듯이 투자자도 역시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최근 증권사들 비롯한 각 금융기관들은 상당한 정도의 전문성을 추구한다. 그렇다보니 구성원 대부분이 영역을 세분화해 깊이 파고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게 상당히 좋아 보이지만 투자와 관련해선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경제를 보는 사람들은 열심히 경제를 분석해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특정 기업의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 역시 긍정적 의견을 달아서 보고서를 낸다.
그런데 시장에선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고 또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 기업의 주가가 한없이 밀릴 때도 있다.
그들의 분석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제대로 분석했을지라도 시장을 움직이는 또 다른 힘이 있어서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던 지난 3월초 이후 주가는 오히려 폭등했던 것처럼 말이다.
투자자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 3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식은 것도 한국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늘 반복되는 것처럼 주가는 한없이 오르지만은 않는다. 어느 정도 오르면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가는 오른다.
얼마 전부터 리스크가 커졌다고 강조했는데 최근 주가가 소폭 조정을 받는 양상이다.
이런 작은 움직임을 들어 예상이 맞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는 아무리 기를 써도 큰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당분간 여유를 갖고 재충전하는 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확률적으로 큰 이익을 내기 어려운 장에서 어떻게든 이익을 내겠다고 아등바등 하기보다 확실하게 지킬 것은 지키면서 다음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재무적으로 취약해진 기업들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기업들 중에 주가가 급락한 곳도 적지 않다.
쉬는 동안 진짜 좋은 종목들을 골라뒀다가 주가가 바닥이 왔다고 여겨졌을 사는 게
워렌 버핏의 노하우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01호(09.11.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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