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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시대] 제약, 대형사 간 인수합병 조짐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09.11.07 14:39

 




"조만간 대규모 제네릭(복제약)시장이 열릴 태세입니다. 여기서 승자가 되려면 신속한 제품 출시 능력은 물론 자금력, 영업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요건을 갖춘 국내 제약사가 많지 않지요. 사실상 '승자독식'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 셀트리온이 코디너스와 한서제약을 합병시켜

송광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의 시장 분석이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약 14조원의 시장 규모를 갖춘 현재 우리 제약시장이 대형제약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한다. 사실 그간 국내 시장은 정부가 정책 결정자이자 최종소비자라서 시장 성장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중소 규모의 제약사라 하더라도 현상 유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쳐오면서 시장 파이 자체가 축소된 데다 정부가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설비를 갖춘 업체에 한해 약품 판매를 허용하는 등 정책 변화가 중소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400여업체 중 소규모 업체들은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영업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중소형제약사 CEO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GMP에 맞추려면 최소 50억원은 들여야 하는데 중소업체 입장에서 어렵다. 누가 우리 지분을 사갔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소업체들의 위기는 상위권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상위 10위권 내 제약사 매출 혹은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그 근거다.

1위 동아제약은 물론 지난해 2, 3위였던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해보다 10% 이상씩 늘었다. 김현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제네릭시장을 선점한 동아제약, 종근당 등이 원외처방 기준으로 국내 상위사 중 최근 2년 내 시장점유율을 가장 눈에 띄게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플루백신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 녹십자 역시 성장세가 뚜렷하다. 3분기 매출액이 1590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1407억원)보다 13% 증가했고, 4분기 백신 매출이 본격적으로 잡히면 지난해 5위에서 2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김나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생명과학의 경우 국외 수출뿐 아니라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큰 폭의 성장을 했는데 그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수합병(M & A), 폐업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7월 셀트리온이 무선인터넷 서비스업체 코디너스, 중소형제약사 한서제약을 합병시켜 셀트리온제약을 출범한 것을 두고 '승자독식'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비등하다. 일각에서는 화이자가 와이어스를, 머크가 셰링프라우를, 로슈가 제넨텍을 인수하는 등 올 들어 다국적 제약사의 굵직한 M & A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김나연 애널리스트는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승자독식 시대가 점차 가시화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제약업체 간 인수합병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설비나 영업 반경이 겹쳐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오업체의 제약업체 인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는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대형제약사 간 M & A를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애널리스트는 "업계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한 동아제약의 피인수설이 늘 이슈다. 그간 '백기사' 역할을 충분히 해온 한미약품이 주로 인수 대상으로 거론돼 왔지만 최근에는 화이자가 와이어스를 인수했듯이 국외 대형 제약사가 동아제약을 인수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0호(09.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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