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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 다른길]‘분야는 다르지만 서로에게 최고 주치의죠’ - 부부 한의사 이태후·정지행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09.10.29 15:06

 




비만 전문 한의사인 정지행한의원의 정지행 원장과 탈모 치료 연구의 일인자인 경희대 생명과학대 한방재료가공학과 이태후 교수는 부부 모두가 남다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한의사 스타 커플로 유명하다.

한의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임상과 연구라는 각자 다른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이들 부부 명의를 만나보자.

이태후(왼쪽) 1965년생.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경희대 한의학 박사. 한의사 겸 미국 척추신경의사(D.C. National Board U.S.A ) 이태후한의원 원장. 한서대 부설 서울 한방병원 원장. 경희대 생명과학대학 한방재료가공 전공지도교수(학과장, 현). 저서: '부모가 찾아주는 우리 아이 숨은 키 10센티' '경혈해부학' '두개골요법1.2' '두개골요법도해' '한국의 침구학' '여자 몸 사용설명서' 등.

정지행 1965년생. 경희대 한의학 박사. 하버드대 보건의료정책 최고관리자과정. 미국 브리지포트대학 교환교수. 미국 한의사 면허 NCCAOM 취득,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현). 정지행한의원 원장(현). SBS 일요일이좋다 '골드미스가간다',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몸몸몸', KBS 아침마당 등 TV 출연 다수. 저서: '정지행 박사의 한방 다이어트' '30대에 낳은 아이가 똑똑하다' '여자 몸 사용설명서' 등.

한방 다이어트는 요즘에는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정지행한의원의 정지행 원장이 처음 비만과 다이어트를 연구하기 시작하던 20여 년 전에는 한방 다이어트 전문가라고 할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당시만 해도 비만이 병이라는 인식도 거의 없었다.

"저 역시도 비만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여성의 미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어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크잖아요. 한방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전공을 비만으로 택하게 됐어요."(정지행)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비만은 단순히 미추(美醜)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정지행 원장은 한방은 물론 경희대 한의학과와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친 후 미국 컬럼비아 의대에서 영양학 과정까지 마쳤다.

거의 20년 넘게 비만을 연구하고 비만 환자들을 치료해 왔다. 1993년에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프로그램에 비만 전문의로 첫 출연한 후 각종 TV 프로그램과 언론에 자주 소개된 것도 그녀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 비만 전문 한의사'이자 다년간에 걸친 풍부한 임상 경험을 인정받은 한의사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약 먹고 침 맞는 것을 한방 다이어트의 전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단기적으로 눈에 확 보이는 효과를 나타내게 하기 위해 식욕억제제가 들어간 한약을 처방하는 한의원들도 많고요."(정지행)

하지만 정 원장은 식욕억제제로는 비만을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개인마다 비만의 특성과 비만의 이유를 조사해 다양한 처방으로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것도, 태양·태음·소양·소음 등 체질별로 각기 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제안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전 식욕억제제가 아니라 보약을 처방해요. 아름다움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하기 위한 다이어트가 중요하기 때문이죠."(정지행)

그래서 그녀는 비만을 예방하려는 이들에게 늘 "잘 먹으라"고 충고한다. "많이 먹으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조금씩이라도 삼시 세끼를 잘 챙겨먹으라는 이야기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이야말로 비만 예방을 위한 가장 적절한 생활습관이라고 할 수 있죠."(정지행)

든든한 동반자 겸 최고의 조언자
이태후 경희대 생명과학대 한방재료가공학과 교수는 남편으로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정 원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말에 두말할 필요 없는 '최고'라고 이야기한다.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아내만큼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사람도 없을 걸요? 양의·한의를 다 합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 중 한 명이라고 봐요."(이태후)

그런 남편의 칭찬에 아내 정 원장은 되레 손사래를 친다. "남편이야말로 제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환자를 더 잘 보는 명의라고 할 수 있죠. 연구 활동에 매진하느라 지금은 환자들을 보지 않는 게 너무 아까울 정도예요."(정지행) 그 덕분에 아내인 정 원장이나 지인들이 몸이 좋지 않을 땐 너 나 할 것 없이 이 교수부터 먼저 찾는단다.

"'여보, 나 오늘 목이 좀 좋지 않은데'라고 하면 남편이 그냥 손으로 조물조물 문질러 주곤 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 금세 목이 말짱해지는 거 있죠? 그래서 남편을 아는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신의 손'이라 부르곤 해요.(웃음)"(정지행) 사실 이 교수의 '손맛'은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지금이야 탈모 치료 및 연구 쪽으로 더 유명하지만 원래는 미국과 호주에서 척추신경의학을 연구한 척추신경 의사로서 많은 스포츠 선수들을 치료한 척추신경질환계의 명의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탈모에 관심을 갖게 된 지는 사실 오래됐어요. 저 역시도 군생활할 때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가 일어나기도 했었거든요."(이태후)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진 건 한약 신약 개발이다. "시중에는 탈모 치료제라고 이름 붙은 약들이 많이 나와 있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탈모 치료제가 아니라 탈모를 완화시키는 약들이 많아요. 게다가 부작용도 많고요. 개중에는 영구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약도 있어요. 그래서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면서도 털을 잘 나게 하는 한약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이태후)

몇 년 전부터는 운영하던 한의원마저 아예 문을 닫고 학교로 돌아가 제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탈모 치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러모로 아내의 도움이 컸죠. 학교 강의와 연구에만 몰두하며 살 수 있는 것도 아내가 집안 경제를 책임져 주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인 거고요.(웃음)"(이태후) 잘나가는 한의원의 문을 닫고 학교로 되돌아가 연구에 몰두해도 될지 망설일 때 주저 없이 등을 밀어준 것도 바로 아내인 정 원장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구에의 길을 선뜻 지지해 준 것이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로서 남편을 믿고 존경하기 때문이죠."(정지행) 물론 의사로서, 학자로서의 남편을 존경하는 그녀지만 여느 아내들처럼 사소한 부분들에서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 "집안일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정작 별로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남편들과 비슷할 걸요? 세상에 하루는 애 좀 봐 달랬더니 정말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거 있죠?(웃음) 마음은 있어도 정작 어떻게 할 줄 모르는 거죠. 어쩌겠어요.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죠."(정지행)

하지만 그녀가 다급할 때면 가장 든든한 도움이 되는 것도 바로 남편이다. 유난히 방송 출연이며 인터뷰, 강의 활동들이 많은 그녀에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왜 그런 순간 있잖아요. 분명히 아는 건데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 또 처방할 때도 다른 의사들의 견해는 어떨까 궁금해질 경우 그럴 땐 어김없이 남편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하죠. 남편은 제 든든한 백과사전이거든요."(정지행)

'서로에게 자극도 많이 받아요'
"에이, 별로 도움을 준 것도 없어요. 혼자서도 너무 잘하는데요, 뭘. 곁에서 지켜보면 감탄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죠. 일, 가정생활, 육아 등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을 늘 항상 열심히 준비하고 확신이 들 때 움직이는 사람, 그게 바로 제 아내죠."(이태후) "제가 항상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남편이 있어서죠. 최고의 명의가 주치의가 되어 24시간 항시 대기하는 셈이니 얼마나 든든하겠어요?"(정지행) 이 교수 역시 아내라는 든든한 주치의가 있어 자신의 일에 매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를 지지하고 지원해 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서 자극도 많이 받아요. 항상 게으르고 나태해 질 수 없도록 만들죠."(이태후)

이렇듯 한약 신약 개발 연구에 몰두하는 남편과 환자 진료 및 방송 출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내, 이들 부부의 미래 계획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비록 임상 진료와 연구라는 각자 다른 자리이지만 언제나 든든하게 지원하고 지지해 주는 최고의 동반자로서 가정과 일, 육아 모두를 잘 이끌어 나가고 싶습니다."(이태후 정지행)

김성주·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