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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책]분양가 상한제와 집값 함수관계 - 경제산책

한경비즈니스 | 입력 2009.11.05 15:28

 




최근 부동산 시장은 보금자리주택의 사전 청약 열기로 뜨겁다. 도시 인근의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택지 공급을 싸게 해 인근 지역 주택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분양가를 낮춘다고 하니 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분양가를 과도하게 인상하지 못하게 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본래의 정책 의도와 달리 주변 시세 대비 엄청난 프리미엄을 최초 분양자에게 독점적으로 귀속시키는 등 시장 왜곡의 주된 수단으로 변질돼 작용하고 있다.

물론 실거주 요건이나 전매 제한 등의 제약이 붙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약도 단기간 내 시세 차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그 기능과 역할은 의미가 퇴색되기 십상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의 변화와 관련 법령의 개정이 뒤따르면서 과열된 투기 심리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었던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이러한 학습효과가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에서도 망령처럼 되살아나지 않을지 벌써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인기 지역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 분양가 상한제 유지도 분양 가격이나 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시세 차익의 기대감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 누구나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부분이 가격인 것은 분명하다. 수요와 공급을 기본으로 한 가격 메커니즘이 붕괴되면 부동산 시장은 과열이나 투기장화되거나 혹은 급랭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의 많은 사례에서 보듯 가격은 인위적 간섭보다 충분한 공급 확보를 통해 시장에 수급 불안감을 제거해 줄 때 투기적 수요의 개입이 무력화돼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정책의 현주소는 분양가 상한제에 의한 가격 통제와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확대에 지나치게 중점이 두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마치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가 고삐 풀린 말처럼 급등할 것이라느니 이윤과 고수익만을 추구하는 건설 업체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느니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에 분양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고정된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일 것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균형가격을 형성하게 될 때까지의 기간을 침착하게 기다려 주지 못하는 국민 정서와 정부의 조급증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규제의 신설 및 강화가 다반사이던 참여정부 시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분양 가격 상한제와 같은 조치들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민간 부문 주택 공급을 감소시켜 전체 주택 공급과 주택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일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분양가 수준은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국내 주택 건설 업체들도 지방의 미분양 적체와 금융 위기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 등을 겪으면서 소비자의 선택과 외면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값비싼 경험을 했다. 진정한 집값 안정을 원한다면 일시적 가격 출렁임이 두려워 인위적 규제에 의지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민간 분양이 활기를 찾도록 분양가 자율화를 통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주택 건설 업체 간 품질 경쟁을 촉진시켜 주는 것이 주택 건설 업계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켜 주는 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약력: 1959년생.
82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88년 미 브라운대 경제학박사.
89년 캐나다 서스캐처원대 교수.
2000년 국토연 선임연구위원.
2005년 국토연 민간투자지원센터 소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