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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부남의 속마음 읽기

레몬트리 | 입력 2009.10.29 10:41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로망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행동해보지 못한 남자들. 저자는 이들이 중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아내가 있어도 여전히 외롭고 허전한 남자들의 심리를 본질적인 원인부터 명쾌하게 짚어서 얘기한다. 쉽게 분노하고 좌절하며,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당신의 남편도 혹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보길.

Book Info.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김정운/쌤앤파커스/1만3천원)

의무와 책임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이 시대 남자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 성공의 어느 단계까지 '무작정' 달려온 남자들, 성공을 향해 달음질쳐보아도 왠지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듯하고, 위로 받고 싶지만 딱히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이 땅의 남자들을 위한 통쾌한 처방전이다.

#1 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아닌가?


얼마 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올 때의 일이다. 아이들의 선물을 사느라 하루 종일 진눈깨비를 맞고 다녔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저녁에 호텔에 돌아오니 열이 나고, 기침이 나고,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침대 속에서 끙끙거리며 생각했다. '이토록 아이들의 선물에 집착하는 내 심리적 동기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감탄 때문이었다. 내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사다주면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주위를 맴돌며 그런다. "아빠, 으와~!" "이야~!" 큰놈 걸로는 캐나다 단풍잎이 새겨져 있는 빨간 잠바를 샀다. 작은 놈 건 새로 나온, 쥐똥만 한 포켓몬스터 자동차를 샀다. 아니나 다를까. 큰놈은 "아빠, 으와!"를 연발하며 거울 앞을 왔다 갔다 한다. 몇 날 며칠을 그 잠바를 입고 나가며 으스대며 내 어깨를 툭 친다. "아빠, 죽이지!" 저녁에 돌아오면, 작은 놈은 그 포켓몬스터 자동차를 가지고 놀며 계속 내 주위를 맴돈다. 내가 담요 깔아놓고 퍼팅 연습이라도 할라 치면, 골프공 사이로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계속 방해한다. 그래도 나는 싫지 않다. 아니, 너무 좋다. 그놈이 계속 "아빠, 이야~!"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행복하다. 이 작은 감탄을 맛보고 싶어, 나는 몸이 욱신거리는 것을 참으며 진눈깨비 내리는 퀘벡의 거리를 헤맸던 것이다.
내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하루에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가다. 사회적 지위나 부의 여부와는 관계없다. 내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하루 종일 어떠한 감탄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 내 가족이 행복한가 아닌가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내 아내, 남편, 우리 아이들이 나와 있을 때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가가 행복의 척도다. "아빠, 우와~!", "이야~!"와 같은 감탄사가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끊이지 않고 나온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행복한 가족이다. 서로 살을 부대끼는 관계 속에서 그 작은 감탄을 얻고 싶어 가족을 꾸리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이다.

#2 봄에는 발정하는 수컷처럼 설레야 옳다


봄이 되면 내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다 발정기다. 대학 때부터 친구인 귀현이, 인수, 응원이, 나 이렇게 넷은 요즘 자주 만나 골프를 친다. 그러나 골프는 핑계다. 다른 사람과는 절대 나눌 수 없는 아주 편하고 적나라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만난다. 모두 사십 끝줄의 수컷들의 발정기 이야기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20대 초반의 군인들이 밤에 보초 서며 나누는 딱 그런 수준의 이야기들이다. 매일 밤,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들은 밤새 여자 이야기만 한다. 군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한민국에 숫처녀는 한 명도 없다. 딱 한 번 만난 여자는 뜨거운 키스를 나눈 여인으로 둔갑한다. 어쩌다 커피 한 잔 한 여인은 함께 긴 밤을 보낸 여인이 된다. 요즘 내가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이나 형식도 보초 서는 군인들의 B & 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이런 이야기를 이 친구들 아니면 도대체 누구와 할 수 있을까? 철없는 농담에 서로 정말 행복해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아무 이야기나 속 터놓고 낄낄거리며 음담패설을 나눌 친구가 사라진…. 의무감으로, 하나도 재미없는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사람들을 자꾸 만나야만 한다. 하는 이야기야 정말 뻔하다. 주가 떨어진 이야기, 땅값 오른 이야기, 누구누구가 떼돈 번 이야기, 아니면 정치인 욕하는 이야기. 특히 정치인 욕하기는 전 국민의 여가 활동이 된 듯하다. 물론 가끔 농담도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라야 돌고 돌아, 모든 사람이 아는 유머다. 썰렁하기 짝이 없는 이런 종류의 유머를 '아저씨 유머'라고 한다. 캐디 언니들도 억지로 웃어줄 따름이다.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발췌

기획 김정민 | 포토그래퍼 박상현 | 레몬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