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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시대] 건설, 상위 5개사 중심으로 업계 재편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09.11.07 14:39

 




세계 금융위기로 건설사들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부실 건설사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 퇴출기업들이 여럿 생기는가 하면 잘나가던 대형건설사들조차 미분양 부담으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가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건설사들은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지만 미분양 부담이 크지 않고 비주택 부문이 탄탄한 대형건설사들은 서서히 부활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건설업계에도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 정부의 공공공사 발주가 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이 물량을 독점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용인-서울민자고속도로 공사 당시 모습.

최근 열린 국감 현장에서 대형건설사들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정부가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등을 강화하는 가운데 공공 수주 분야에서 5대 대형건설사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

조달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 8월 말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턴키공사(금액 기준)의 50% 이상을 5개 대형건설사들이 수주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5개 대형건설사들이 수주한 물량은 총 93건(전체의 36.3%), 금액은 8조8620억원(전체의 53.8%)에 달한다. 올 들어 아예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이 수두룩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독식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턴키공사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금액)을 봐도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을 독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조달청의 4대강 턴키공사 입찰에 1등급 건설업체만이 참여해 낙찰률 94%를 기록했다. 또 최근 3년간 조달청의 발주 건설공사현황을 보면 1등급 이상 대형건설사들이 턴키 일괄공사 입찰에서 낙찰률 93.3%를 보였다.

이 수치는 의미가 있다. 최근 3년 동안 2등급 이상이 입찰할 수 있는 최저가낙찰제공사와 중소, 하위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300억원 미만 공사에서 평균 낙찰률이 60~70%를 밑도는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턴키공사는 시공능력이 비슷한 대형건설사들만 참여해 건설능력평가 심사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많다. 여러 공구에 중복 참여한 기업들도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른바 '나눠먹기' 의혹까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턴키공사는 다른 공사보다 낙찰률이 높아 건설사들이 이익을 많이 남기는 구조다. 특히 대형건설사들로서는 수주 후 하청, 재하청을 주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챙기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건설업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C등급), 심지어 B등급 판정을 받은 건설사들까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은행 등 제1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막혔기 때문.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에 대해 금리를 높이고 있어 이들이 신규개발사업 PF를 따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5대 건설사가 수주 50% 이상 독점

중소형건설사 입장에선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일단 수주 양극화가 점차 심해질 전망이다.

첫째 올 들어 하반기에 입찰될 공공공사는 대형사가 유리한 대규모 턴키물량이 많다. 하반기 공공사업 예산집행 규모가 상반기의 3분의 1 수준인 12조원에 불과하지만 주로 4대강 정비사업 등 대규모 턴키 방식이 주를 이룬다. 하반기 대표적인 공공공사로는 4대강 살리기 9조2000억원, 제2경부고속도로 2조3000억원 등이 꼽힌다.

이 중 4대강 살리기는 절반 이상인 5조2000억원이 턴키 방식으로 발주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턴키 방식에서는 컨소시엄의 주관사 역할을 하는 대형건설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둘째 수주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는 국외 사업에서도 중소형건설사들의 먹을거리는 별로 없다.

주로 시공 경험이 많은 대형사들이 수주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이란서 1조6000억원 플랜트 수주' 'SK건설 베트남 항만공사 수주' 등 최근 국외 수주 소식을 봐도 유독 대형건설사 이름만 거론되는 걸 알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 플랜트 분야는 관련 기술과 그동안의 경력 등이 수주를 따는 필수 요소로 꼽힌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경험이 풍부한 대형건설사들이 일단 앞선다. 중소형건설사도 간간이 뛰어들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하고 불안정한 환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대형건설사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형편.

백재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건설사들은 일단 인지도에서 앞서고 자금력이 탄탄해 수주에 큰 베팅을 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형건설사들은 국내 주택 미분양 적체로 발목이 묶여 있고 금융권 자금 조달력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시장환경이 갈수록 대형사에 유리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셋째 재개발·재건축사업 역시 아파트 브랜드 파워가 수주실적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실제 뉴타운사업의 경우 삼성물산을 비롯한 시공능력평가 20위권 업체들이 대부분 사업을 따낸 데는 이유가 있다. 시공능력 외에도 자금동원 능력과 영업력 등이 절실하기 때문. 해당 지역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축비나 시공능력, 분담금 등을 살펴보기보다는 아파트 브랜드가 유명한지부터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추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려면 유명 브랜드를 다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들이 거액의 출연료를 대가며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재욱 애널리스트는 "정부 부동산 규제로 주택사업 마진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소형건설사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재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그나마 경쟁이 수월한 국내 주택시장에서도 중소형사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소형사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

주요 건설사의 3분기 실적을 봐도 위기에서 살아남은 건설사들이 독주하는 양상이다. 현대건설은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9% 늘어난 2조350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3% 증가한 1262억원을 보였다. 올해는 매출 8조263억원, 영업이익 4626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GS건설 역시 3분기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보이며 불황에도 '깜짝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7.62% 증가한 1조9638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76% 증가한 1978억원을 기록했다. 문제가 됐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분기 현재 4852가구로 2분기 말보다 14.8% 줄었고 PF 지급보증 잔액도 4조160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8%나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대형건설사들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 8월 1200억원 규모로, 대우건설도 9월 10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건설은 자사 회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안정적)'에서 건설업계 최고 수준인 'AA-'로 한 단계 올라가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금리 상승을 예상해 연말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조달하기 위해서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들어온 자금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이나 밀린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데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소형건설사들은 여전히 회사채 발행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로 자금운용에 부담이 있는 데다, PF로 인한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CD금리, 국고채금리도 연일 오르고 있어 시중 회사채금리보다 3% 이상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비우량건설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0호(09.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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