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파급효과는 허수ㆍ관광객도 늘지 않아… 대회 후 경기장 관리비용 커다란 부담 지난 달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더니 24일엔 인천이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언론의 표현을 빌자면 '환희'와 '열광'의 도가니요 국가적 '쾌거'였다. 경제유발효과, 도시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관광수입 증대 등의 엄청난 이익이 굴러떨어질 것이란다. 그런데 이러한 '천문학적' 효과가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전혀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이 지나친 표현이라면 '참으로 심한 거짓말'쯤 되겠다. 천문학적 효과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얹어 대회를 유치해야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국제이벤트 유치는 비논리와 비상식의 보고(寶庫)다. 스포츠이벤트 바이러스와 개발민족주의 바이러스가 만나 도진 '세계대회 병'은 이제 불치의 수준이다.
대회 치른 도시들 부채에 시달려
2014평창동계올림픽은 총 22조의 경제파급효과를,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19조의 경제효과를 주장한다. 그런데 이 액수는 경제성 조사의 기본인 비용(cost)과 편익(benefit) 분석을 철저히 무시하고 모든 것을 한데 쏟아 붓고 뒤섞은 후 마치 그 덩어리가 몽땅 이윤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거대 이벤트성 대회 자체의 흥행은 대부분 흑자였다. 그러나 대회를 치른 해당 지역은 엄청난 재정부담으로 오랜 기간 부채에 시달려야 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은 바르셀로나시에 21억 달러, 스페인 정부에 4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겼다. '짠물' 운영으로 유명했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은 기존의 시설을 사용하며 신규 시설투자를 최소화했지만 애틀랜타시는 16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감내해야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경우 유치 당시의 집권당과 개최 당시의 집권당이 달라 약 70억 유로(10조 원)까지 치솟은 재정부담을 놓고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정치쟁점화하면서 대회 개최 직전까지도 준비가 되지 않아 세계적 뉴스가 되기도 했다.
주목해야 할 사례는 1998년 이웃 일본에서 열렸던 나가노 동계올림픽이다. 일본 최대의 겨울휴양지로 사실상 '준비된 개최지'였던 나가노는 대회 폐막 후 곧 경기침체(post Olympic slump)에 빠져들었다. 필자가 지난해 일본에서 만난 미디어마케팅 교수와 세계적 광고회사 덴츠의
스포츠마케팅 담당자에게 물었다. "나가노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이 나가노 주민들에게 잘 된 일이었는가?" 두 사람은 동시에 "노(No)"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일본의 스포츠산업단체연합회의 교육과정엔 나가노올림픽의 실패가 주요 주제로 포함돼 있다.
경제적 효과는 분명 있지만 이것은 폐막식 때까지만 유효하다. 올림픽 이후엔 그 거대한 시설과 수만 실에 이르는 숙박업소 등은 모두 짐이 될 뿐이다. 그래서 스포츠마케팅 학자들은 모든 건축양식 중 경제효과와 고용창출효과가 가장 낮은 건축물로 대규모 스포츠시설을 꼽는다. 평창유치위는 강릉에 빙상장만 네 개를 더 지어 총 다섯 개를 준비 중이다. 그중 하나는 가건물로 지어 폐막 후 원주로 이전하고 다른 하나는 컨벤션센터로 전환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구 20만 명에, 현재 인구가 줄고 있는 강릉이 컨벤션센터와 세 개의 빙상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지관리비에 대해 유치위와 강원도와 강릉시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을까. 인천의 경우도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회의 격(?)에 맞게 새 경기장을 여럿 지어야 한다는 데 이건 '빚더미'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시적 경제효과와 지역인프라 개선 외에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 관광수입 증대도 대책 없는 거짓말이다. 대구는 이번 유치과정에서도, 또 2003
유니버시아드 때도 관광유발효과를 주장했지만 과연 유니버시아드가 관광유발효과가 있었을까.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2001년에 30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월드컵경기를 유치한 2002년에 24만 명,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한 2003년에는 17만 명으로 줄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한 달 간격으로 치른 부산의 2002년 외국인 관광객은 130만 명이었는데 이듬해 91만 명, 작년 2006년엔 102만 명으로 대회 이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2월드컵 때도 관광객이 줄어 국내 여행업계, 호텔,
남대문시장, 면세점 모두 예년만도 못했고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큰 대회일수록 번잡스럽고 비쌀 뿐 아니라 요즘은 테러 위협도 있어 피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대규모 국제이벤트 유치에 환장하는 지자체들이 많아졌는가. 첫째, 지자체장의 정치적 욕심이다. 이벤트를 유치하면 재선에 대한 불안감은 붙들어 매도 될 뿐 아니라 중앙 정계로 진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실 유치에 실패해도 믿지는 장사는 아니다. 두 번째, 지역 개발을 '한방'에 해결하려는 욕심이다. 도시 인프라 확충이나 경제활성화가 지지부진하면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인데 작년에 난데없이 2020올림픽 유치를 선언했던 부산시의 한 공무원도 사석에서 "이거라도 안 하면 하세월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일단 지자체가 대회를 유치하고 그 대회를 볼모 삼아 중앙정부에 예산배정을 요청하면 정부도 모른 척 할 수 없어 예산을 내려 보내는, 지방자치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인질극' 형태의 지역개발방식이다.
"우리나라만 반대 시민이 없다?"
대규모 국제대회 유치는 그 득과 실의 정확한 판단이 있어야 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후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실질 효과의 과장, 수치의 뻥튀기, 사탕발림으로 채워져선 안 된다. 이러한 이벤트는 지역주민의 혹독한 희생을 수반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개발이 시작되면 그 수혜자와 피해자가 등장하기 마련이고 지역 내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
서울올림픽도 환경미화와 올림픽 재원 마련을 위해 목동, 상계동 등에서 쫓겨난 70만 철거민의 고통의 산물이다. 올림픽이 곧 도시빈민운동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거대 스포츠 이벤트 후보도시는 항상 시민들의 반대에 시달리는데 유일한 예외가 바로 우리나라다.
잘츠부르크도 소치도 시민들의 반대를 무마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데 우리는 '국익', '국위선양'과 같은 깃발만 올라가면 아무도 이의 제기를 못하는 상황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특히 동계올림픽의 경우 환경 파괴는 기본 전제다. 그러기에 1994년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노르웨이의 릴리함메르는 선수촌과 경기장을 가건물 양식으로 지어 대회 후 철거해 폐막 후 재정부담은 물론 환경파괴의 싹을 없애버린 것이다.
오직 유치만을 위한 '돌격 앞으로' 방식의 유치 준비는 지역주민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의 규모로 검소하게 해야 그나마 폐막 후에도 버틸 수 있다. 대구에 이어 인천도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스포츠 약소국 지원 프로그램에 2천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참가국의 숙박과 항공료 일체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던 모양이다. 이것만 해도 400억 원에 달한다. 한마디로 '묻지마 유치'다. 인천 시민들에게 물어보기라도 했는가. 그 재원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할 텐데 말이다. 정말 누구를 위해 유치하는가.
정희준〈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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