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롯데백화점 첫 우주경품에 신세계 100만명 100억 상품권 맞불
경품의 끝은 어디인가. 창립 30주년을 맞은 롯데백화점이 세계 최초로 '우주여행체험'을 백화점 경품으로 내놓았다. 11월6일부터 22일까지 응모를 받는 이번 우주여행체험 경품은 응모고객 가운데 1등 한 명을 추첨해 미국의 민간 우주여행사의 우주선을 타고 약 3시간 동안 지구상공 112㎞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다. 금액으로 3억5000만원어치에 해당하는 이 경품에 당첨되면 3개월 간의 우주훈련을 받은 뒤 내년 하반기에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우주여행 당첨차가 원하지 않는 경우 동반 2명과 함께 미국 마이애미에서 영국 런던으로 떠나는 108일간의 크루즈 여행을 선택할 수 있다.
아파트, 스포츠카는 이미 식상
상품을 기획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경품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고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것이 세계 최초 경품의 가장 핵심적인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가장 파격적인 경품은 외제 명차나 고가 아파트였다. 소비자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주부 김진영씨(35)는 "당첨 여부를 떠나 아이디어가 기발한 것 같다"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백화점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천지개벽'으로 명명한 이번 경품행사는 우주여행체험뿐 아니라 남극, 북극 여행, 세계일주 등도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월9일부터 11월5일까지 국내 최고 규모의 경품인 경기도 광주시 소재의 6억원 상당(분양가)의 아파트는 물론 상품권 1억원 등 다양한 경품 잔치를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정승인 마케팅부문장은 "개점 30주년 기념 테마가 '꿈'이어서 세계 최초로 민간 우주여행 체험을 경품으로 기획하게 됐다"면서 "1등 당첨자는 1∼3개월 걸리는 훈련 과정 등 소요비용 일체를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지원받는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롯데백화점 내에서 '
아이디어뱅크'로 통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인공눈'을 뿌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롯데의 경품마케팅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자 국내 유통 업계의 쌍두마차 가운데 하나인 신세계가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았다.
롯데의 '세계 최초' 전략에 대항하는 신세계의 '맞불'은 '사상 최대 규모의 경품축제'이다. 신세계는 백화점 개점 79주년과 이마트 개점 16주년을 맞아 최대 100만명에게 총 100억원의 신세계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와 100%당첨 페스티벌 등을 한 달여에 걸쳐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신세계 패밀리 대축제'라고 명명된 이번 경품행사는 백화점과 이마트뿐 아니라 조선호텔, 스타벅스 등 전 신세계 그룹사들도 공동 참여한다. 신세계 기획담당 윤수원 상무는 "신세계는 신세계 79주년과 이마트 16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고객으로부터 받아온 사랑과 관심에 대한 보답으로 전사 차원의 통합 경품행사를 최초로 준비했다"면서 "특히 신세계 포인트카드 회원 가운데 10% 수준인 100만명에게 신세계 1만원 상품권을 지급하는 경품행사는 국내 유통업체 역사상 가장 많은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최고의 이벤트다 "라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의 대박잔치에 백화점 빅3 가운데 하나인
현대백화점의 움직임은 예상 외로 조용하다. 현대백화점도 11월에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을 내건 경품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유통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의 '깜짝행사'에는 동참하지 않을 계획이다. 롯데와 신세계가 사상 최대나 세계 최초의 빅이벤트를 선점한 상황에서 이를 압도하는 경품이 아니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공개현상'땐 규제 없어 한도액 무한정
백화점이 최근 수 년간 경쟁적으로 경품으로 내놓은 단골 깜짝이벤트는 아파트였다. 아파트를 내건 이유는 백화점과 건설사 간 '윈윈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었다. 백화점으로서는 소비자에게 예전의 주택복권과 같은 '대박'의 꿈을 안겨줘 홍보에 도움에 되고 건설사들 역시 경품으로 나간 분양아파트가 백화점 전단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 백화점과 건설사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케팅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과열경품 행사로 사회문제가 된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수 년 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2억8000만원짜리 '페라리 F360'을 경품으로 내걸었지만 온라인 상의 단순 실수로 당첨자가 무려 444명이나 나와 물의를 일으켰다. 올해 초에는 진로의 상금 30억원짜리 병뚜껑 이벤트도 곤욕을 치렀다. 진로는 자사 소주를 마실 때마다 병뚜껑에 당첨금이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한 방송사가 소주업체의 병뚜껑 이벤트에 몇가지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즉 병뚜껑의 상금 당첨 여부를 간단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영업용 '당첨 소주'가 회사 측에 의해 따로 유통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진로가 서둘러 이벤트를 종료함으로써 마무리됐지만 한탕성 이벤트의 전형을 보여 준 사례로 기록됐다.
최근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사들의 파격경품 행사도 빈번한 편이다. 최근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아파트 분양에 들어간 한라건설은 모델하우스 방문 상담객 가운데 1명을 추첨해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 있는 전용면적 84㎡, 분양가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주기로 했다. 3억원대 아파트를 팔기 위해 2억원짜리 아파트를 경품으로 주는 셈이다. 심지어 청약 접수자에게도 추첨을 통해 현대차 '그랜저' 등을 줄 예정이다.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는 우미건설도 1등 경품으로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를 내걸었다. 쌍용건설은 부산 금정구 '구서동 예가'와 동래구 '사직 2차 예가'를 계약하는 고객 선착순 50명에게 이달 말까지 GM대우자동차 '마티즈'를 선물하기로 했다. GS건설도 부산 연제구 '연산 자이' 아파트 계약자 가운데 30가구를 선정해 르노삼성자동차 '뉴 SM3'를 줄 예정이다. 이처럼 초고가 경품을 주는 이유는 물론 고도의 마케팅전략의 일환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예전의 그리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경품을 줘 봤자 인지도도 높이지 못하고 생색만 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초고가 경품의 경우 들인 비용에 비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실시하는 경품 행사에도 이젠 명품이 대세다. 보광 훼미리마트는 최근 빼빼로데이(11월11일) 경품으로
루이비통 가방, 듀퐁·초콜릿폰 등 고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훼미리마트는 지난 9월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품으로 가장 받고 싶은 게 명품가방이라는 결과가 나와 루이비통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초고가 경품마케팅은 강력한 경쟁사가 있는 업종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호응도가 높은 초고가 상품으로 관심을 끌면 경쟁사 역시 따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에서의 경품전은 2년 전 GS칼텍스가 창립4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1억원어치 주유권을 경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 주유권 한 장이면 한 달에 20만원어치씩 사용한다고 할 때 40년 동안 주유할 수 있는 가격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 GS칼텍스가 선수를 치고 나오자 SK㈜도 지난달 SUV 차량인 쏘렌토 1대, 승용차 쎄라토 5대 등을 걸고 경품 행사를 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세계 최고급 7성급 호텔인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5박6일 숙박권과 왕복항공권(2인용)을 내걸고 판촉을 벌였다.
초고가 경품 행사가 있자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너무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있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경품 행사의 한도는 있는 것일까.
경품 제공에 대한 법률적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법 경품고시에 규정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5년 7월부터 경품고시를 개정해 물건을 산 소비자를 대상으로 추첨 등을 통해 경품을 주는 '소비자현상경품' 한도액은 기존의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물건을 산 고객 모두에게 주는 '소비자경품'은 1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와 상관없이 방문한 고객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공개현상경품'은 법으로 따로 한도액이 정해져 있지 않다. 6억원 짜리 아파트나 '우주여행경품'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 김만환 가맹유통과장은 "공개현상경품의 경우 1997년 이전에는 규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폐지돼 법적으로 경품 상한을 규제할 수 없다"면서 "사업자의 창의적인 판촉활동 보장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취지에서 규제를 폐지한 것인 만큼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기는 것이 지금의 정책방향"이라고 밝혔다.
76년 전 인천 비단가게 경품행사가 시초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가격을 깎아 주는 할인과 경품이나 사은품을 주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할까. 매출과 순익으로 따지면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파는 입장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물건과 재고 부담을 덜어주므로 경품이 더 효율적이다.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는 물론 꼭 필요한 물건을 할인 받아 사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사람의 심리가 꼭 그렇지는 않다.
지금 당장 꼭 필요없는 물건이라도 경품이나 사은품을 받으면 할인 받아 산 것과 비슷한 착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인들은 마케팅전략 상 경품이나 사은품 증정을 선호한다. 경품은 시대의 변천상을 알려 주는 좋은 자료가 된다. 그 시대 소비자들의 상품선호도를 고스란히 보여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경품의 시초는 1933년 인천에 있던 비단가게 태풍상회에서 세수비누, 치마 저고리 등 옷감, 달력을 사은품으로 증정한 게 거의 처음이다. 또 한약재를 팔던 평화당 주식회사에서는 1등 경품 당첨자에게 천연 진주조개 1개를 줬다. 1936년에는 화신연쇄점(
화신백화점)에서 1원어치를 산 고객들을 대상으로 10명을 특등으로 뽑아 황소 한 마리를 경품으로 주겠다고 내걸어 당시 화제가 됐다. 1등 50명에게는 양복장과 자전거를 줬다. 자동차 경품의 시초는 1963년
동화백화점에서 일본 닛산 자동차를 반제품으로 들여와 조립해 만든 '새나라 자동차'였다. 이후 상품권, 휴대전화, 노트북, MP3, 세탁기, 냉장고, 자동차, 현금에다 아파트까지 다양해진다.
1990년대부터는 경품 규모가 커지면서 모피, 다이아반지, 금열쇠, 에어컨 등이 경품으로 등장했다. 이후 페라리 등 외제차와 해외여행상품, 고가아파트가 속속 등장한다. 이같이 경품 규모가 커진 것은 1997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공개 현상 경품의 한도를 없앴기 때문이다. 생활필수품이 주류인 사은품은 비교적 저가 위주이다. 1960년대엔 설탕·버터·비누 등이 사은품으로 주로 등장했고,1970년대에 들어서 복주머니·복조리 등 민속품과 이쑤시개·수첩·볼펜·기념타월·쟁반 등이 주류를 이뤘다. 좀 큰 종목으론 냉장고와 선풍기 등이 있었다. 1980~1990년대 들어서는 바캉스용 캐주얼 백, 고급 유리컵 세트, 패션 스카프, 접시세트가 사은품으로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 대표적인 사은품은 상품권이다. 이 밖에 각종 공연 티켓과 호텔 이용권, 건강검진권 등도 시대에 맞는 사은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m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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