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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넷]일본 선거 포스터, 한국에서는 불가능할까

위클리경향 | 입력 2009.11.05 13:40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4대강과 정권의 심판" "사실상 여당의 승리"등 엇갈리는 해석을 여야가 내놓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심각한 논의는 역시 진지한 기사에 맡기도록 하자.

선거를 앞두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눈길을 끄는 사진 글이 올라와 있다. 외국의 선거포스터라는 제목의 글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가 먼저 게시돼 있다. 게시자의 말대로 '미소 짓고 있는 후보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사진=포스터'라고 할 만큼 천편일률적이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기호8번 허경영씨 역시 별다른 독창성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포스터는? 먼저 일본의 포스터. 대교를 배경으로 자전거에 올라탄 스스키 히사오. 자민당 쪽 도의원 후보다. 방콕의 선거현수막도 만만치 않다. 기호1번 후보는 말을 탄 장수의 그림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했다. '미래의 방콕'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온 기호 5번 후보는 점퍼 차림에 어딘가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신의 사진을 내걸었다. 가장 재미있는 건 8번 후보이다. 소방차를 배경으로 이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치 성난 것처럼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게시자는 "표정 연기가 아주 ㅋㅋ 이 정도면 선거가 아니라 영화에 나서도 되실 듯"이라고 평했다. 독일 녹색당은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유두를 잡고 있는 < 가브리엘 데 스트레와 그녀의 자매 중 한 사람 > 그림을 패러디한 포스터를 내놓았다. 여성들 뒤에는 남성들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시자는 성적 소수자를 존중한다는 의미일 것으로 풀이했다.

누리꾼이 가장 주목한 포스터의 주인공은 자민당 히사오와 함께 도쿄 주오구에 출마한 아라이 쇼지. '개혁의 바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 신인정치인은 '마치 우수에 잠긴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는 퍼포먼스를 포스터에 담은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포스터를 본 누리꾼은 "가을 남자라는 컨셉일까" "가을이라 다행이지 여름이었다면"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포스'가 넘치는 포스터라는 데는 동의했다. 도의원 선거여서인지 누가 당선됐는가 하는 후일담은 찾기 어려웠다. 추적한 결과 사진은 < 도쿄,동경 > 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박용준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 올린 것. 어찌됐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한국은 왜 저런 선거포스터가 나오지 않는 걸까.

중앙선관위에 문의해 봤다. 김영헌 공보과 주무관에 따르면 한국의 공직자 선거법이 후보자만의 사진을 게재하도록 바뀐 것은 2000년 2월. 지난 1987년 대선에서 여자 아이를 안고 나타난 노태우 당시 대통령 후보나 이 포스터가 히트를 치자 남자아이를 안고 나온 김대중 후보 등의 '설정'은 이제 불가능해진 셈이다. 김 주무관은 "군중을 배경으로 찍는 것도 안 된다. 그러나 자전거와 같은 물품은 상관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에서 거론된 포스터들로 보면 방콕은 안 되지만 일본 정도의 설정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음 선거엔 정치인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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