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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성범죄 방어 가이드

여성중앙 | 입력 2009.11.04 09:33 | 수정 2009.11.04 09:34 | 누가 봤을까? 30대 여성, 대구

 




'조두순 사건'을 보는 엄마들의 분노와 불안이 하늘을 찌른다. 이럴때 아이들에게는 싫다고 말하는 단호한 용기보다 '언제' '어떻게' 싫다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아이는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한다


엄마들은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가르치지만 아이들에게 이건 참 실천하기 어려운 문제다. 어린아이일수록 '낯선 사람=무섭고 나쁜 사람' '아는 사람=착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이중 판단 기준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학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아이들은 '낯선 사람'이라는 단어를 위협적이고 나쁜 뉘앙스로 받아들인다"고 전제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당연히 험악한 인상이나 칼을 들고 있는 무서운 느낌만으로 생각한다"고 진단한다. 바꿔 말하면, 말쑥한 사람이 친절하게 접근하면 아이의 인지 능력상 그 사람의 의도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아이들과 얘기할 때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 '뭐라고 불러야 되는지 모르는 사람' 이렇게 구체적으로 얘기해 줘야 한다. 김붕년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들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아이에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대개 오랜 기간 아이를 관찰하고 언제, 어디서, 얼마나 오랫동안 단둘이 있을 수 있는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다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니 가급적 아이를 혼자 두는 시간을 없애는 데 주력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아시나요


아이들은 늘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된다'고 배웠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은 '모르는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면 가지 말라'고 주문한다. 아이에게는 혼란스러운 주문이다. 실제로 아동 성폭력 상담 사례를 보면, "아저씨가 아파서 도와달라고 했다. 싫다고 하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따라갔다"는 식의 진술이 많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최근 방영된 EBS 다큐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에서 이런 심리를 '착한 아이 증후군'(Good boy Syndrome)이라고 정의했다. 곽 교수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착하게 보이려는 욕망이 강해서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그 사람이 부탁하는 대로 행동한다"고 진단했다. 엄마는 아이들의 이런 성향을 감안해, 도움을 거절하는 게 나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누가 길을 물어보면 '다른 어른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말하고, 도와달라고 하면 대신 도와줄 수 있는 다른 어른을 찾아보라고 유도할 것. 실제로 유괴 예방 프로그램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어른들은 어려울 때 아이에게 절대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안 돼'만 반복하는 건 NO!


모르는 사람이 신체 접촉을 해올 때 '언제'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스킨십의 의도와 수위를 모르니 엄마가 그 한계를 명확하게 정해 주라는 얘기다. "손을 잡는 건 귀여워서 그러는 거니까 괜찮지만, 여기 만지는 건 나쁜 일이니까 싫다고 말해야 된다"고 풀어서 설명하면 된다. 옷으로 가린 곳이랑 얼굴은 다른 사람이 만지면 안 된다고 얘기해 줘도 쉽게 이해한다. 이런 대화는 평소 일상 속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만일 남매를 집에 두고 외출한다면 "오빠랑 같이 집 잘 보고 있어. 화장실은 혼자 갈 수 있지? 오빠한테도 옷 벗은 몸은 보여주는 게 아냐"라고 주의를 준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계속 강한 어조로 안 된다고만 말하면, 아이가 실제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엄마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혼날까 봐 두려워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누가 몸을 만지면 네 잘못이 아니고 그 사람 잘못이니까 꼭 엄마한테 얘기해"라고 말해야 한다.


HOW TO teach
"친절한 아저씨가 제일 위험해요!"


엄마들이 눈여겨볼 통계가 있다. 누군가 아이를 유인할 때는 '거짓말'이나 '폭력'을 앞세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조사 결과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8년간 일어난 어린이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 보니 길을 물어보는 척하며 아이를 외진 곳으로 데려가거나, '엄마가 너를 데려오라고 했다'며 거짓말로 유혹하는 경우는 전체 가해자 중 10%에 불과했다. 조사에 의하면 71%의 가해자가 아이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자연스레 놀아주며 환심을 사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너무 예쁘다, 몇 살이니? 이 아파트 살아?"라며 말을 걸거나 "아저씨도 그네 타는 거 좋아하는데 내가 밀어줄까?" 하면서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다. 친절한 사람에게도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꼭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tip
아이 성폭력 상담 언제, 어디서 하나


아동 성폭력 상담 및 신고는 해바라기아동센터(02-3274-1375)에서 주관한다. 지난 2004년 여성부 주관으로 설립된 해바라기센터는 종합병원 및 심리상담소와 연계되어 있고, 전국 10개 권역에 지역별 센터가 따로 마련된 공식 기관이다.

기획 이한 | 포토그래퍼 박재석 | 여성중앙